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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의 역설을 넘어 딴지 걸기

비정규직법의 역설을 넘어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7-07-13 21:30




〈강수돌/고려대 교수·조치원 신안1리 이장〉


“엄마가 오래 살아서 끝까지 너희들을 보살펴주어야 마땅하지만, 굳이 떠나야만 한다면 참으로 미안한 마음 뿐…. 너희들에게 바라는 게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너희 세 형제가 한 평생을 우애있게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이랜드 자본에 맞서 ‘죽을’각오로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엄마의 유서다. ‘현대판 노예’라고도 불리는 비정규직 노동이 삶을 얼마나 파괴하는 지 잘 알 수 있다.


-비정규직이 60%인 나라-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마시고 왜, 무엇 때문에 투쟁을 하는가 관심 있게 봐 주세요. 이것은 내가 아닌 우리 모두의 투쟁입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 자녀의 미래가 보입니다.” 같은 투쟁의 한 노동자가 준 호소문이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임금노동자 1천5백만 중 정규직은 6백8십만, 비정규직은 8백7십만명이다. 비정규직이 전체의 60%를 차지한다. 특히 6백5십만 여성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은 임금이나 복지, 사회보험 등에서 구조적 차별을 겪는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시선은 더욱 견디기 힘들다. 사람을 ‘일회용품처럼’ 취급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발효된 비정규직법을 계기로 2년 이상 연속 고용인 경우 정규직화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해고나 용역 전환을 강행한다. 전부터 이슈화된 KTX 여승무원들 사태는 물론, 최근 대대적 파업 및 농성 투쟁으로 몸살을 앓는 이랜드 그룹의 홈에버와 뉴코아 등이 대표적이다. 이랜드는 지난 5월부터 계열사인 뉴코아, 홈에버에서 18개월 이상 근무한 계약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3~6개월의 편법계약을 강요했다. 업무도 외주화했다. 그런데 이랜드는 2007년도 재계 순위에서 자산 5조 38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단계나 뛴 26위로 상승했다. 홈에버는 올 5월 역대 최고의 매출을 거뒀다. 반면 여성 정규직 5년차의 경우 연봉이 1500만원 미만이고 비정규직의 경우 1000만원에 못 미친다. 노동부의 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사간 입장 차는 크다.


이밖에도 각종 학교나 호텔 등에서 계약직, 파견직 등으로 일을 하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용역 전환이나 외주화를 강요받고 삶의 처참함을 느낀다. 지난달 22일, 12년간 근무하던 학교로부터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어쩔 수 없으니 집에서 아이나 키우라”며 해고 통보를 받은 서울 모여고 행정실 직원이 오죽했으면 자살을 시도했겠는가?


또 사용자들은 비정규직의 노조 결성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일례로 증권계 정보기술 인프라 구축 및 운용을 담당해온 코스콤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회사측과 교섭을 시도했을 때 사측은 상대도 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투쟁이 2개월이나 전개되자 결국 ‘기본합의서’에 서명하고 말았다.


-기업들 ‘편법’아닌 ‘정법’ 필요-


“처음엔 노조 설립이 불가능할 줄 알았다. 투쟁으로 우리 요구가 관철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하지만 이젠 비정규 문제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았고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 지도 깨달았다.” 코스콤 비정규 조합원 소감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지난 10일, “비정규직법 시행을 1년 동안 지켜본 뒤 외주근로자에 대해서도 차별시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보완책을 강구할 것”이라 밝혔다. “보완책으로 기간제(계약직) 근로자 고용허가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것과, 파견제에 대한 네거티브 시스템 도입, 외주근로자에도 차별시정을 적용하는 것 등이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나는, 비정규직과 관련한 대증요법에는 한계가 클 것이라 본다.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오히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역설을 보인다. 기업들이 ‘편법’을 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 자체를 수술하지 않고 드러나는 상처만 땜질하면 결국 덫에 걸린다. 산 넘어 산이다. 현 단계로서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모두 정규직으로 하는 ‘정법’이 필요하다. 사람을 ‘비용’이 아니라 ‘사람’으로 봐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도 내일도 사람답게 살 것인가, 아니면 막연히 언젠가 잘 살기 위해 매일 비인간적으로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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