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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마을에서 논다 서평

유창복. 2010. 우린 마을에서 논다. 또하나의문화.

 

성미산마을을 어떻게 봐야할까라는 질문에 이 책은 멀리서 바라보지말고 직접 안에서 뛰어놀 것을 권한다. 왜냐하면 성미산마을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아니라 관계에서 만들어지고 더불어 확장하는 네트워크의 성좌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마을의 관계들이 밀도있는 인과관계에서 뭉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단절과 불협화음에서 그 모순을 그대로 들어내고 이것을 발판으로 질적으로 새로운 변환을 이뤄내는 역동적인 변증법의 관계가 이 마을 살이라고 말한다. 이 역동적인 관계의 확장과 변환은 새로운 주체의 탄생 과정이기도하며 이들로 엮여지는 공동체의 형성과정이다.

 

성미산마을에서 주요한 사건은 성미산 투쟁이다. 이 투쟁으로 성미산은 마을사람들에게 공동체의 상징으로 의미화되었고, 마을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토템으로 자리매김한다. 성미산이 이렇게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이유는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산은 다양한 의미와 경험과 추억이 중첩되어 있는 공간(장소)이기 때문이다.

공간 인류학자 로우에 따르면 공간은 사회적 생산과 사회적 구성의 변증법적 관계에 놓여있다고 한다. 사회적 생산이란 자연적 요소로 이뤄진 공간(, 바다, , 사막 등)과 자본과 권력으로 만들어진 공간(빌딩, 광장, 공원 등 건조환경)을 말한다. 사회적 구성이란 이 만들어진 사회적으로 생산된 공간에서 사람들이 자신들의 필요와 욕망에 따라 공간을 다양하게 전유해가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공간은 행위자들에 의해서 다양한 의미망이 펼쳐지는 의미의 경합지대가 된다.

성미산도 마찬가지로 각각 행위자들의 필요에 따라 아이들은 놀이터로 어른들은 체육공간으로 또 다른 사람들은 생태공간 등으로 다양한 의미들로 이곳을 전유하고 있다. 즉 행위자들의 상상과 의미에 따라 공간을 만들어가는 재현의 공간으로써 성미산은 의미를 획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산을 새로운 방식으로 생산하려는 자본과 행정권력의 의도는 다분히 공간을 사용하는 행위자들의 반발과 저항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공간을 자본의 욕망(아파트)으로 생산하려는 힘(교환가치)과 이 공간을 자신들의 사용가치에 따라 이용하려는 행위자들의 욕망은 결국 공간을 둘러싼 정치투쟁으로 전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투쟁의 장에서 행위자들의 관계가 열려진다는 점이다. 각각의 필요에 따라 성미산을 전유했던 행위자들(즉자)은 투쟁을 통해서 관계를 확장(대자)하게 되고, 더 많은 관계적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한 연대의식이 생겨나게 된다.

결국 투쟁은 이겼고, 이로 인해 성미산은 마을 사람들에게 하나의 상징으로 의식화된다. 각각의 필요에 따라 성미산을 전유했던 행위자들은 투쟁을 통해서 저항, 연대(관계의 확장)라는 공동의 집합의식을 새롭게 발견했다. , 성미산은 마을 사람들의 정체성 및 마을 공동체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토템(장승 혹은 솟대)으로 자리매김한다.

 

마을 주민들의 소속감, 공동체성을 확인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장치는 축제. 축제를 통해 참여자들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써 집합의식을 느낀다. 특히 축제에 등장하는 성미산을 상징하는 솟대는 이것이 의미하는 것(연대, 저항)을 축제 참여자들에게 다시금 상기시키고 재생산한다.

또한 성미산 마을 축제는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낸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축제를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는 장으로 만든다. 주민들이 자신들의 관심사와 취미를 들어내고 이러한 자발성과 창발성이 축제를 매개로 마을에 새로운 역동성을 다진다. 동아리들이 엮여지고, 구경하는 행위자가 동아리로 흡수된다. 이러한 역동적인 관계 맺기는 무엇보다 신명과 재미로 이어지며 주민들이 성미산마을이라는 상상화된 집합의식에 자신들을 투여하게 된다.

 

이렇게 분출되고 역동적으로 형성되는 관계가 좀 더 활성화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노드가 필요하다. 노드란 네트워크의 교점인데, 공간 상에서 노드가 형성되는 지점은 보통 카페, 미용실, 동네 슈퍼 등으로 이들을 통해서 네트워크가 장소에 고정화되며 또 이를 기반으로 확산된다. 성미산마을에서 이러한 노드의 기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생협, 성미산학교, 공동육아, 차병원, 반찬가게, 마을 식당, 마을 극장 등 주민들의 네트워크가 이 노드들을 통해 결집되고 또 다시 뻗쳐 나간다. 즉 주민들의 다양한 관심사로 엮여지는 네트워크가 마치 성좌처럼 각 노드로 연결되며 이를 통해 네트워크를 구조화한다. 그러나 노드로 구조화되는 네트워크는 외부로부터 폐쇄된 강한 네트워크가 아니다. 느슨하게 연계된 채 외부에 열려있으며 유연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노드는 성미산마을에 또 다른 장소로 기능한다. 장소가 관계적이고 의미들이 교차하는 장이고,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공간이라면 노드 역시 여기에 접속되는 행위자들의 다양한 관계맺기와 의미들이 만들어지고 구성되는 장소다.

 

공간의 정치는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사회적으로 생산된 공간에 행위자들이 자신들의 필요와 욕망, 그리고 관계를 맺으며 재전유하는 장소화의 과정이라면, 성미산마을의 공간 정치는 무엇보다 성미산마을의 정체성을 만들어낸 성미산투쟁, 그리고 정체성을 확대 재생산하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내는 축제, 이와 결부되는 노드들을 읽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 위에서 다루지는 않았지만, 성미산 학교를 통한 공동체의 재생산, 그리고 생협, 사회적기업, 대동계, 지역화폐 등의 호혜 경제가 성미산 마을에 어떻게 뿌리내고 작동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추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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